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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what you eat is what you are

일주일 밥상 기록 #8 오랫만에 올리브 더티마티니를 딱 한 잔씩 했다. Tangeray Ten으로 만들었더니 쓴 맛이 없고 부드럽게 균형이 잘 맞았다. 그냥 진소다로 비교하여 마셨을 때는 다른 일반 진과 다른 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마티니로 만드니 완전히 달랐다. 다른 진에 비해 더 비싸고, 마티니 자체가 조금만 마셔도 위험하다는 점 때문에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가끔 분위기 내기에는 좋을 것 같다. 단, 휴일 전날에 한해. 마티니의 끝은 역시나.... 다음 날 아침, 불닭볶음면으로 해장을 하여 주셔야 했다. 과연 해장인지 위장에 대한 고문인지, 먹고 나서는 의뭉스러웠지만. 이 매웠던 기억때문일까, 어쩐지 한동안 우리집 피자광이 조용하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피자를 달라'고 외쳤다. 하여 저녁엔 토핑을 추가하여.. 더보기
일주일 밥상 기록 #7 지난주 금요일은 이곳에 두 번째로 코로나로 인한 비상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한 고등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운동하는 젊은 아이들이 퍼뜨린 경우여서 전염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고 한다. 매일 한 자리수로 나오던 확진자 수를 갑자기 세 자리수로 치솟게 하는 건강한 젊은이들의 아이러니한 위엄. 이럴 때면 꼭 뭐라도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싶은 우리집 바깥분은 그걸 핑계로 Terre에서 뭐라도 사오고 싶어했고, 그래서 고추오일에 절인 홍합 두 병과 치킨리버무스 하나의 주문을 넣은 후 받으러 갔다. 그걸 포함해 구성한 치즈플레이트로 금요일 저녁을 맞았는데, 저 11minutes 와인은 로제 와인임에도 내가 싫어하는 금속 맛(?)이 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역시나 두 잔 이후로.. 더보기
일주일 밥상 기록 #6 남들은 없어서 못 먹는 그 귀한 우니/성게를 이곳 사람들은 거의 먹지 않는다. 깨끗한 대서양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에서 보통 식용으로 여겨지는 바다 생물은 대구, 연어, 가리비, 홍합, 랍스터, 새우, 생굴 정도가 다. 어라, 쓰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종류가 많네. 아무튼 성게는 이곳에서 잡히는 청정 해산물인데도 인기가 없다. 오죽하면 성게 알맹이보다 성게 껍데기로 만든 성게 램프가 장식품으로 더 인기가 많을까. 알맹이로 추수하는 것은 거의 일본으로 항공 운송된다고 알고 있다. 다행히 남편이 아는 다이버가 있어 우리는 2년째 제철마다 조금씩 저렴하게 구입하여 즐기고 있다. 올해도 제철을 맞아 직접 공수해 온 우니를 개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째 배가 불렀는지 한 통을 먹고 나니 더는 생으로 먹고.. 더보기
일주일 밥상 기록 #5 내 생일이 있던 주간이었다. 생일을 축하 먹부림은 일주일이 넘게 지나도록 계속되는 듯하지만. 2월과 6월에는 평소보다 더 비싸고 좋은 걸 일주일 넘게 먹는 풍습이 이제는 거의 가풍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올해 내 생일 주간의 시작은 석화로 시작했다. 원래 굴을 먹을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다. 실은 홍합찜을 먹기로 하고 5파운드(2.4kg)나 되는 홍합을 사다 놓았는데 Sobey's에 가니 업소납품용 굴을 한 박스에 $7.99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집 남자께선 신선한 자태의 그 굴을 보고 혹하셨고, 그 많은 굴을 까야 하는 노동과 부상 위험도 망각하신 채 호기롭게 한 박스를 집어 드셨다. 나야 뭐, 가만히 먹기만 하면 되는 수혜자이니 못 본 척 오케이! 물론 원래 계획한 홍합도 안 먹을 수 없다... 더보기
일주일 밥상 기록 #4 지난 금요일은 우리 둘 다 바빠서 장을 보고 저녁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테이크아웃 스시와 사시미. 이곳은 정말 괜찮은 스시집이 없지만 그나마 스시아일랜드가 괜찮다. 특히 연어 사시미만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 구성이 60불이나 하는 게 좀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게 어디냐, 라고 위로해본다. 참, 픽업하러 가는 길에 교통 딱지 끊을 뻔 했다. 시내에 눈도 오고 복잡해서 시속 한 20킬로로 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경찰이 삐용삐용 따라와서 깜짝 놀랐지 뭔가.... 듣자 하니 빨간불로 바뀐 걸 못 보고 그냥 지나왔다는 것 같다. 사회 규범을 너무도 잘 지키는 모범 시민 남편을 두어서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가슴이 철렁. 정말이지 진정한.. 더보기
일주일 밥상 기록 #3 일주일 밥상 기록 도전 3주차. 오랜만에 집에서 보낸 불금(?)의 기록. 이제껏 월마트 연어가 신선해서 늘 믿고 샀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다음에는 반드시 구입 전에 상태를 잘 살펴봐야겠다. 상태 괜찮은 라임을 떨이로 엄청 싸게 많이 사오는 바람에, 오랜만에 Gimlet 한 잔. 역시 김렛은 진리다. 오크라를 이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도 어찌나 반가운지... 보이는 족족 사오는 중. 우리라도 많이 사주어야 꾸준히 들여오겠지? 지난 번에 만든 햄버거 번으로 만든 주말 브런치 Breakfast Sandwich. 보통 한국인이 밥과 김치로 회귀하는 것처럼, 우리집 캐나다인은 샌드위치와 피자가 디폴드인 것 같다. 너무 기본적이어서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기는 주저하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매번 먹자고 하.. 더보기
2021년 둘째 주 기록 식단 1월 1일부터 기록하다보니 금요일 식단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기록은 올해 첫 외식으로 시작. 이곳은 코로나 환자가 거의 (며칠에 외부 유입으로 한 명 꼴씩 발생) 없기 때문에 규정은 까다롭지만 식당들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웬만하면 집에서 자중하는 게 좋겠지만, 가끔은 식당을 이용해 주는 것이 지역 경제에 보탬에 되지 않을까 하는 핑계를 대본다. 다만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초월해 버리는 바람에 (훌쩍) 앞으로 당분간은 반강제적인 자중 모드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다... 이곳의 칵테일 메뉴에는 특이한 것이 한 가지 있다. (Terre, St. John's, NL) "Something nice"라는 메뉴인데, 좋아하는 취향을 말하면 바텐더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칵테일이다.. 더보기
2021년 새해 새 음식 2021년 새해에 들어서며 엉뚱한 계획을 한 가지 생각해냈다. 매일매일 먹는 음식을 기록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다. 하루 중에 음식을 만들고 먹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상당할 뿐더러, 특히 요즘같은 코비드 세상에서는 먹는 것이 가장 소확행인지라. 지금 기록을 해두고 나중에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고, 그 음식을 먹었을 때의 분위기와 마음속 생각도 불쑥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중간중간 정말 좋은 음식을 먹게 되면 레시피도 정리해 둘 수 있고 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Nudge라는 책에 나온 하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무언가를 먹는 것'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가장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이라고. 이 책에서는 의식적으로 계획 하에 행동하게 하는 것을 '숙고 시스템'이라고 명명했고, 반대로 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