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이 있던 주간이었다.
생일을 축하 먹부림은 일주일이 넘게 지나도록 계속되는 듯하지만.
2월과 6월에는 평소보다 더 비싸고 좋은 걸 일주일 넘게 먹는 풍습이 이제는 거의 가풍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올해 내 생일 주간의 시작은 석화로 시작했다.
원래 굴을 먹을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다.
실은 홍합찜을 먹기로 하고 5파운드(2.4kg)나 되는 홍합을 사다 놓았는데
Sobey's에 가니 업소납품용 굴을 한 박스에 $7.99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집 남자께선 신선한 자태의 그 굴을 보고 혹하셨고,
그 많은 굴을 까야 하는 노동과 부상 위험도 망각하신 채
호기롭게 한 박스를 집어 드셨다.
나야 뭐, 가만히 먹기만 하면 되는 수혜자이니 못 본 척 오케이!
물론 원래 계획한 홍합도 안 먹을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안 먹을 수가 없다.
하루이틀 두기가 무섭게 상할 수 있는 것이 이곳의 해산물이니.
역시 홍합이 맛있는 계절이니 만큼 홍합은 별미였고,
그렇다고 저 많은 걸 다 먹어치우지는 못했으니
please don't judge me....;;;;
그러나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저 와인이었다.
한시적 행사 상품으로 들어온 와인이어서 궁금증에 사보았는데
일본에서 자주 마시던 내추럴 와인의 풍미와 맛이 느껴져서
우리 둘 다 절로 옛추억에 젖고 말았다.
우마니 론키의 Fonte Del Re Lacrima di Morro d'Alba
이탈리아어로 눈물이라는 뜻의, 흔하지 않은 Lacrima 품종을 쓴 와인으로
우리를 향수에 젖게 한 그 맛은 오래 이어져온 이 포도나무의 과실에서 비롯된 걸까.
없어지기 전에 몇 병 더 사다 놓자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모았다.
실은 가리비 관자도 어제 먹으려고 미리 샀던 것.
석화에 밀려 결국은 다음날 밥상으로 밀려난 비운의 관자.
우리집 양반이 Ferryland라는 곳에 취재차 갔다가 가리비라면 또 혹해서 사오셨다.
솔직히 말하면 난 너무 기름져서 딱 한두 개 먹고 나면 그만인데
내 생일 핑계로 사온 걸 뭐랄 수도 없고.
샐러드를 만들어서 관자 버터 구이의 기름짐을 만회하는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일요일 아침과 저녁. 저녁에는 시누네 집에 초대 받아 또 생일상을 받았다.
제부가 밤새 바비큐로 브리스킷을 구웠다는데 고기샷은 어쩌다보니 찍지 못했고
접시에 담긴 사진만 하나 찍고 먹고 마시느라 바빴다. 케이크 사진도 못 찍고..
어제 받은 생일 케이크를 커피 한 잔과 함께 월요일 아침 식사로...
미소를 넣은 머드 케이크이다.
내 생일날이면 머드케이크를 만들어주는 게 전통이 된 듯.
거기에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고 미소 넣는 버전을 찾았다고 했다.
고기 메인은 그만 먹고 싶은 내가 만든 에그누들 저녁.
火曜日는 세일하는 닭을 사다 놓아서 로스트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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