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세기의 눈폭풍이 이곳을 강타하고 지나갔습니다.
비록 폭풍이 몰아친 건 금요일 하루였지만, 그 짧은 시간에 투하된 약 80센티미터의 눈더미는
도시가 작동하는 데에 많은 제약을 걸었습니다.
벌써 6일째 비상사태(the state of emergency)가 선포된 상태로
도로는 통제되고, 사업체는 임시휴업에 들어가고
사람들은 자택감금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악명높은 날씨를 보유한 이곳이라 해도,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3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급기야는 뒷수습을 위해 군대까지 파견되어 날아왔고,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이어서 재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도 우리 집은 전기도 끊기지 않았고,
식량도 넉넉히 비축해 두었기 때문에
폭풍 당일 날도 오히려 따뜻한 실내에서 포근하게 지냈습니다만,
집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고생한 사람들도 많았겠지요.
이런 겨울에 전기가 끊기면 난방도 취사도 못하니 참으로 난감할 텐데...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바깥 외출 없이도 잘 지내는 집순이로서,
자택 감금 상태가 엄청 고단스럽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내 의지가 아닌 외부 상황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조금씩 좀이 쑤시며 답답한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어제부터는 식료품 상점들도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으니
주말쯤 되면 어느정도 정상화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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