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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scribble

열흘 남짓 경험한 법정 통역의 기록

 

오늘로서 일곱 차례에 걸쳐 법정 통역을 경험했다. 그리고 왠지 지금 입안에 남는 것은 씁쓸함이다. 두 사람의 피고인은 아무도 보석 공판을 받지 못했고, 결국은 교도소로 이감이 되었다. 처음 체포된 것이 2월 26일이었으니 14일이 지난 것인데, 사흘 안에 진행된다고 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색하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애초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그들이고, 처음부터 거짓말로 일관했던 것도 그들이다. 그러나 보석공판이 계속 미루어 지면서 새로운 불리한 사실들이 속속 발견된 것을 생각해 보면, 보석공판이 때맞추어 진행되었다면 그런 사실 발견 전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두 차례에 걸쳐(그것도 금요일과 월요일) 악천후로 인해 법정이 임시 휴일이 된 것도 무척이나 불리했고.

 

중간에 통역을 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제발 올바른 방향의 질문을 해 주길 마음속으로 바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마도 J의 경우에는 일부러 질문을 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C의 경우에는 그런 것도 아닌데 사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 아닌, 별로 중요하지 않는 질문을 하는 모습이 더없이 안타까웠다.

 

한편, 국선 변호사로 그들을 담당했던 L이 막판에는 도와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모습도 약간은 씁쓸했다.  다른 개인 변호사에게 빨리 넘기고 싶어하는 모습이 너무 티 나게 드러났고. 선택의 여지를 주기보다는 통보로 웬만하면 빨리 끝내고 일어서려는 모습과 자신이 맡지 않게 되기를 바라며 몰아가는 대화가 애속했다. 솔직히 그 마음도 이해가 되기에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나야 고작 이 한 건 때문에 불려 다니고 있지만, L에게는 처리해야 하는 수십 건의 사건 중 단 한 사건인 뿐일 테니까. 그래도 C의 사정상 어쩌면 보석으로 풀려나지 못한다 해도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이는데(내 착각일지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어제 다른 변호사를 알아보겠다고 했으니 자신은 관여할 수 없다고 단호히 떨쳐 버리는 모습은 조금 매정해 보였다.

 

이제 결국 그들은 다른 도시의 교도소로 옮겨질 거고, 최소한 2주는 더 기다려서 보석공판을 받게 될 거고, 변호사 선임비로 엄청난 돈을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도 재판을 받게 되기까지 엄청난 가시밭길을 걷게 되겠지. 확실히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그리고 추가로 드러난 많은 증거로 보기에, 처음에 주장했던 것처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배달”만 했을 확률도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법적 절차나 생리를 조금 더 잘 알았더라면, 불 필요한 시간과 고생은 많이 덜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변호사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좋았을 텐데.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돈이 있고 연이 있는 사람은 훨씬 더 빨리 나오고 훨씬 더 수월하게 법의 혜택 및 심판을 받을 수 있는 거겠지. 

 

 

 

법원 소재 건물에서 보이는 풍경 

 

 

위의 글은 그들의 교도소 이감이 결정된 이후에 쓴 글인데, 불과 그 다음날 잠에서 눈을 뜬 다음 든 내 생각은 사뭇 달라져 있었다. 갑자기 그들의 계속되었던 거짓말이 생각이 나면서... 최소 다섯 여섯 번은 반복된 행위였는데, 처음인양 아무것도 모르는양 그토록 연기를 했다니. 

 

오고 가느라 고생한 생각도 나고 하염없이 기다리느라 낭비한 내 시간도 생각나고 하면서 말랑말랑했던 마음이 굳어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