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글을 쓰고 글이 남는 것의 무게가 더욱 무겁다.
블로그 문을 열어 놓고 글 몇 개 없이 방치하는 나를 합리화시키려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예전에는 쉽게 썼을 글도 이제는 부쩍 부담스럽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가도, 그래도... 하는 생각에 의식하게 되고,
나중에 보았을 때 오그라드는 글만 남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한 문장 한 문장이 조심스럽다.
위 사진은 11월에 길가에서 꺾어온 들풀을 꽂아놓고 찍었다.
가게에서 살 수 있는 꽃도 물론 아름답지만,
길에서 방치되어 가고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이 아쉬워 하나둘 꺾어 온 건데,
한데 모아 창가에 두니 맑은 하늘과 어울려 훨씬 더 정감이 가고 아름다웠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키보드를 잡았을텐데.
지나가는 아쉬운 시간과 안타까운 기억들을 하나하나 적어가며 향기나는 글로 모아 두고 싶은데,
나의 게으름이 혹은 근거 없는 두려움이 머릿속 발상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이렇게 푸념이라도 늘어놓다 보면 쓰는 일이 조금 더 편해질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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