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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making food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천연발효빵

 

 

작년엔 정말 많은 천연발효 사워도우를 구웠다. 

코로나로 시작된 사워도우 열풍에 시누네 부부가 가담하고 

일부 나누어준 르방이로 시작된 제1호부터..... 언젠가 번호를 매기지 않게 되기까지. 

계속 더 나은 빵을 만들고 싶은데, 계속 같은 종류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

이리저리 배합을 다르게 하고 다른 재료를 첨가해가며 

온갖 것을 시도해 보았다.

 

온갖 것이라고 해보아야 고수님들에 비하면 나는 세발의 피에 그치지만 

천발빵에 어느 정도는 다시 감을 기르게 된 것 같다.

 

 

 

일반 밀가루를 쓴 것부터 모링가 파우더, 오트, 강황 등 여러 종류의 실험작들 

 

 

 

그러다 연말에 스탠드믹서를 산 후 다양한 이스트 빵에 재미를 붙이면서부터 

사워도우는 (감히) 좀 시시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잊기 전에 내가 찾은 최적의 배합을 정리해 두고자 한다. 

 

 

 

 

어느새 토끼 귀만은 꽤 잘 살리게 되었다. 지금 보니 3번째 크랜베리 넣은 빵은 심하게 덜발효인 듯 보이네....  

 

 

그 동안 fullproofbaking 분의 피드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여러가지 다른 조건에서 많은 실험을 해보고 

그 실험 결과로부터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나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5년 전에 비하면 사워도우에 대한 정보가 넘치도록 늘어난 것도 알게 되었고....

 

그 당시 내가 일본에 가지 않고 이곳에서 계속 천발빵을 구웠더라면 

어쩌면 나도 고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최종 정착하게 된 레시피는.... 

 

밀가루 330g (배합은 때에 따라 다르게 하지만 총량은 늘 이 정도)

물 260g  + 10-12g  (수분율 82%)                                                       

르방 65g                                                                                                    

소금 7g                                                                                                       

 

 

 

 

역시 사워도우는 재료 간단한 거 하나는 참 좋다.

이 정도 크기가 너무 크지도 않고 딱 알맞은 것 같다. 

예전에 타르틴 책을 따라 한 건 1/2레시피만 해도 밀가루 500g를 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왠지 무식하게 느껴진달까 ㅎㅎㅎ 

 

 

 

 

진행 순서는

 

1. 오토리즈 (밀가루와 물만 대강 섞어 놔둔다.)      - 3시간 정도

2. 르방 투하                                                                             - 30분 

3. 소금과 나머지 물 (10-12g) 넣기                                      - 30분

4. 반죽 접기(작업대에서 반죽을 4방향으로 접는다.)       - 30분

5. 라미네이트(반죽을 얇고 넓게 펴 차곡차곡 접는다)      - 45분

6. 1st coil fold (발효 용기 안에서 살살 접기)                    - 45분

7. 2nd coil fold (발효 용기 안에서 살살 접기)                  - 45분

8. 3rd coil fold (발효 용기 안에서 살살 접기)                  - 45분

9. 발효의 정도에 따라 4번째 coil fold를 해 줄 수도 있다.         

10. 성형 (중간 발효 없이 바로 해도 된다. 반느통에 잘 담기)      

11. 2차 발효는 냉장고에서 12시간 이상 저온 발효로                  

12. 굽기(500도 예열한 더치오븐에 20분, 뚜껑 열고 15-20분)   

 

 

미리 르방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리는 공정이다...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반죽에 변화가 느껴지고 

어떨 때는 모든 게 같았다고 생각될 때에도 결과는 꽤 다르게 나타난다.

오븐에서 빵이 완성되어 나오기 전에는 아무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고 보니 난 아직 감을 잡았다고 할 수 없는 건가.

 

 

 

 

 

 

 

 

 

그래도 구워두면 이렇게 자유자재로 사용될 수 있다. 

애완동물 기르는 것만큼이나 너무너무너무 귀찮은 르방 밥 주기.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3번은 주어야 한다니!! 

나도 하루에 두 끼 먹고 사는데.... 

 

냉장고에서 2주째 잠자고 있는 르방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나... 

포기하기는 아깝고 계속 붙잡고 있기엔 관리하기가 너무 귀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