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OVID19의 여파로 가게에서 이스트를 1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아니, 없다고 한다가 아니고, 정말로 하나도 없더라. 휴지 파동이 있었던 지는 6주 정도가 지났고, 그래서 휴지 종류는 이제 무리없이 찾아볼 수 있는데, 베이킹 용품은 정말로 하나 없다.
이스트 사용을 못 해서는 아니겠지만, 구글에서는 Sourdough 검색 횟수가 몇백 배나 증가했다고 하고, 공교롭게도 시누이네 집에서도 스타터를 배양하기 시작했고, 다시는 스타터를 내 손으로 시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내게 한달 반 정도 기른 스타터를 나누어 주었다.
5년만이다. 2015년..... 아직은 사워도우가 많이 유행하지 않았을 때 온갖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이 빵을 굽던 때로부터. 그 뒤로 일본에 가게 되는 바람에 1년 동안 길렀던 스타터와 이별을 해야 했던 때로부터...
사실, 스타터를 정말 손에 넣는 것보다 언젠가 받아 빵을 구워야지 하고 기대한 시간이 더 좋았을 정도로, 막상 받고 나니 어깨가 무거웠다. 방법이나 절차, 원리도 가물가물했고... 매일 같은 시간에 밥 주는 일도 귀찮았고... 그렇지만, 일부러 아침에 콘도 로비에 들러 이것저것 다른 먹거리들도 함께 든 선물 꾸러미를 배달해 주고 간 정성이 있으니, 소중하게 여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들춰 보며 공부를 했고 스타터에 밥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 만약 르방의 상태가 괜찮아 보이면 한 번 시도해 봐야 하는 생각으로 어젯밤에 르방(levain)을 만들었다. 서늘한 곳에 놓으려고 창가에 두고 자면서도 걱정이 되어 중간 중간에 몇 번을 깼던 것 같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확인을 하고 많이 부푼 것 같아 floating test를 했으나 실패... 조금 더 기다려 9시가 넘었을 때 다시 테스트를 했을 때 성공!
그 이후 절차는 간략한 시간표로...
09:20 autolease 시작 (밀가루 500g, 물 350g, 르방 100g)
10:15 소금 넣고 bulk fermentation 시작 (소금 10g, 물 25g)
11:00 1st turn
11:30 2nd turn
12:00 3rd turn
12:30 4th turn
13:30 shaping & bench rest
14:00 final shaping and final rise
17:45 baking
18:25 완성!
걱정했던 걸 생각하면 우선 첫 모습은 완전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아직 썰어보지 않아 확실히는 장담할 수 없지만, 우선 겉모습은 합격인 걸로.
참 신기했던 것은, 처음 밀가루에 손을 대니 그 감각으로부터 익숙함이 느껴졌다는 것.
그리고 나도 모르게 옛날에 했던 손동작을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있었던 것.
몸에 익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전에 본 영상, 무대 위에서 춤이 추기 싫은 듯 울먹이면서도 동작만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주위 아이들과 맞춰 춤을 추던 아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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