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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review

books_Becoming

Becoming by Michelle Obama

어제 부로 간신히 다 읽은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 

 

최초의 미국 흑인 퍼스트레이디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마침 전자도서관에 대여할 수 있는 책이 남아 있기에 냉큼 대여 받아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입하지 않고 읽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어려서부터 살아온 삶의 과정을 이야기처럼 술술 풀어내고 있으니까. 어렸을 때 아래층 친척 할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모습부터 초등학교부터 오랫동안 다닌 학교에 대한 기억,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충분히 능력을 펼치며 자라날 수 있었던 과정, 프린스턴과 하버드에 다니던 시절 사귀었던 친구들,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버락 오바마를 만나게 된 사연. 정치가의 아내가 되어 백악관에서 살며 두 딸을 훌륭히 키워내고, 임기를 마친 후 백악관에서 나와 일반 집에서의 첫날 밤 소회까지.

 

인생의 여정을 풀어놓은 만큼 읽을 양도 상당했다.  완독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까닭도 이 때문이리라. 

 

책이 3분의 2를 지나가면서 영부인 시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백악관의 모습이나 문화, 생활에 대해서는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그 외의 부분은 약간 홍보물을 읽는 기분이어서 군데군데 훑어 읽고 지나쳐 버렸다. 한편으로는 "나도 백악관에 있을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했고, 좋은 결과를 내놓았답니다."하고 확인을 받기 위해 책을 내기로 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극히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그럼에도 자칫하면 눈부신 주인공에 가려 그림자처럼 혹은 들러리처럼 보일 수 있는 자리가 영부인의 자리이지 않을까. 약간은, 아주 약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자기 확신을 얻고 싶은 뉘앙스가 느껴졌다.

 

물론 이는 내 감상일 뿐이며,  내게 의견을 묻는다면 그녀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미 그 전부터도 너무도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 같으니까. 실은 그 까닭에 오히려 기시감이 느껴졌다. 어디를 보아도 평범하다고 하기엔 너무 비범한 사람이건만 자신을 너무도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 놓아서. 정말 평범한(하다고 믿었던) 나에게 이제 평범의 기준에서도 멀리  멀어져 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고 하면 비약이려나.